
생각과 감정의 작용
최근 마음이 아프고 감정조절이 힘들었습니다. 고장난 기계처럼 몸과 마음이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기분전환할 영화를 찾아보다가 생각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작용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2015년에 개봉했던 <인사이드아웃>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라일리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그 나이대 평범한 청소년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을 소재로, 사람이 생활하면서 겪는 감정들의 화학작용을 재미있게 표현 하였습니다. 미로 같은 우리의 뇌 속을 표현하고, 거기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과 정보들이 중요도에 따라 보존되고 폐기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기억은 하나의 섬처럼 우리의 머릿속에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무너지면 생각과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또한 우리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잠재의식까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의 머릿속으로 정보와 지식이 들어와 감정을 만들어내고 몸으로 반응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루어지는 우리 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가지 뇌
실제로 '생각하는 뇌'는 대뇌신피질입니다. 대뇌신피질은 지식과 경험을 처리합니다. 지식을 어떤 사실 혹은 의미론적인 정보의 형태로 수집합니다.
'감정의 뇌'는 대뇌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변연계 또는 중뇌입니다. 감각정보가 대뇌로 모이면 신경망들은 그 사건을 반영하기 위해 조직화됩니다. 이때 감정의 뇌는 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서 분비합니다. 펩티드는 그 순간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불러오는 화학적 표식입니다. 이 감정이 몸에게 신호를 보내어 화학적으로 그 사건을 기록하면 몸은 배우고 있는 것을 구현하기 시작합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나오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모두 이 감정의 뇌인 변연계가 관장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뇌는 두개골의 뒤쪽에 위치합니다. 뇌의 중앙처리장치, 기억중추라 할 수 있습니다. 소뇌는 고정된 태도, 감정적인 반응, 반복되는 동작과 습관, 조건반사적인 행동,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을 저장합니다. 소뇌는 놀랄 만한 기억 저장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학습된 정보들의 다양한 형태는 소뇌를 통해 마음과 몸속에 각인됩니다.
기쁨이가 빙봉과 함께 갇히 곳이 잠재의식이며, 소뇌는 그것을 관장하는 곳입니다.
기쁨만이 좋은 것일까?
우리의 머릿속에 다섯가지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쁨이는 무척 바쁘게 활동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행복한 감정이 들게 합니다. 반면 슬픔이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입니다.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는 각자의 뚜렷한 개성이 나타납니다. 5가지 감정은 상호균형을 이루고 존재하지만 라일리는 기쁨이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하키섬, 용기섬, 우정섬, 가족섬 등 행복한 주요 기억이 잘 자리잡고 있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납니다.
그런데 정든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가게 되면서부터 라일리의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을 전환시키려 노력했지만 실망감이 따라올 뿐입니다. 그때 라일리의 감정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기쁨이가 본부에서 멀어지면서 라일리의 행복한 기억들이 무너져 내리고 우울하고 냉소적인 감정상태가 지속됩니다. 전학온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급기야 가출까지 감행합니다.
기쁨이는 본부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상상의 동물 빙봉과 라일리의 상상속 남자친구를 불러와 우울이와 무사히 본부로 돌아오게 됩니다. 잠재의식 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현재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은, 상상력이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도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본부로 돌아와 가출을 한 라일리를 멈추게 한 것은 슬픔입니다. 사람에게 다섯가지 감정은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기쁨만이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감정들을 소홀히 여기면 안되겠습니다.

슬픔도 꼭 필요한 감정이다
기쁨은 계속 슬픔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지만 슬픔이는 계속해서 기억들을 만지며 라일리의 감정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기쁨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을 내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이때 해결방법을 빙봉을 통해 살짝 드러냅니다. 실컷 울며 감정을 표현한 빙봉은 다시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라일리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비록 겉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모습일지라도 기쁨과 슬픔은 공존합니다. 슬픔과 우울함을 참고 안으로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슬픔은 나쁜 감정으로 여길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우리 머릿속 뇌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특히 기쁨과 슬픔이 사라진 본부에서 소심, 까칠, 버럭이만 남아 있는 라일리의 모습은 2년전 나의 감정상태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요감정이 사라진 사람의 상태는 예민하고, 두렵고, 작은 일에도 화가 납니다. 그때 힘들고 괴로웠던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라일리처럼, 지식과 정보가 대뇌에서 새롭게 조직화되면, 변연계는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생각이 경험이 되게 합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뇌는 몸을 새로운 마음에 길들입니다. 마음과 몸이 하나로 일치되면 소뇌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은 잠재의식속에 내재합니다. 라일리는 이사와 전학, 가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게 되고 그 경험이 다시 라일리의 생각과 태도를 재구성합니다.
이렇게 사람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쌓은 행복한 기억들이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구성하고 잠재의식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추억을 많이 쌓아야겠습니다. 또한 어른이 되면 상상력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잠재의식속 상상력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